이스라엘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할 때의 일입니다. 저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컨설턴트인 엠마 부틴 씨 하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엠마 부틴 씨와 함께 ’10분 스타트업 강의’(10 by 10 Lessons with Emma Butin & Eva)를 10회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엠마 씨는 한국 내에서 조금 인지도를 쌓아가는 듯 했습니다. 그 때 엠마 씨가 저에게 주신 임무는 한국 독자들이 쉽게 엠마 씨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자신의 웹사이트를 제작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웹사이트 제작이라니, 개발자와 무척 거리가 먼 저는 그 임무가 무척 부담스러웠지만 ‘네’라고 대답하고, 워드프레스로 웹사이트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우여곡절 웹사이트를 만들었지만 웹사이트 호스팅이니, 게시판이니 사용하기가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때 엠마 씨가 제안한 것이 윅스였습니다. 윅스(Wix)는 사용자가 무료로 쉽게 HTML5 웹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웹사이트입니다. 윅스를 이용하니 일단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탬플릿인데도 디자인이 매우 훌륭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사이트의 페이지 별로 게시판, 소개, 문의 카테고리를 생성해야 했는데,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여러 번 실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워드프레스로 이미 그 과정을 겪어본 제가 가장 겁을 먹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윅스를 사용해보니 드래그앤드롭 방식으로 마치 PPT를 만드는 것처럼 수월하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고, 저장, 게시를 누르니 제가 만들었던 엠마 부틴의 웹사이트가 실제로 구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용의 용이성 때문에 음식점, 미용실, 스포츠센터 등의 개인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개인 컨설턴트, 연예인, 스포츠 강사 소개 웹사이트로도 윅스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비전문가도 쉽게 웹사이트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윅스, 이스라엘 스타트업 중 최초로 IPO(기업공개) 하다
이스라엘에 자리한 5000여 개가 넘는 스타트업 중에서 군계일학에 해당하는 스타트업이 있으니 바로 윅스입니다. 한국 기업에 대해 얘기할 때 삼성을 모르면 이상하듯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대해 얘기할 때 윅스(WIX)라는 이름을 모르면 이상할 정도로 이스라엘 내에서 대기업으로 군림합니다.
윅스는 2006년 현 CEO인 아비샤이 아브라하미(Avishai Abrahami), 나다브 아브라하미 (Nadav Abrahami) 그리고 현 CTO인 지오라 카플란(Giora Kaplan)이 창업해 이미 창업한지도 오래되었으며, 현재 이스라엘 본사의 경우 두 건물을 통털어 550명이 근무하고 있어 외관적인 규모도 큽니다. 또 윅스의 수익 역시 올해 첫 분기 기준 2,880만 달러(한화 약 293억 원)에 달합니다. 윅스는 프리미엄(Freemium) 기반의 수익구조로 초기에는 무료로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고 이후 웹사이트에 도메인을 호스팅할 때 비용이 추가되는 방식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것은 윅스가 다른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행보와는 달리 기업공개(IPO)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구글의 웨이즈(Waze) 인수, 애플의 프라임센스(PrimeSence) 인수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엑시트(Exit)를 통해 창업가로 있던 스타트업을 신속하게 대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기존의 흐름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로 인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는 오랫동안 규모를 키워가는 기업이 없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스타트업 엑시트에 대한 기사가 난무한 가운데 지난 해 11월 윅스의 IPO 소식은 이스라엘 내에서 큰 경사였습니다. 뒤이어 올해 4월 아웃브레인이 윅스에 이어 기업공개를 신청해 이 흐름을 함께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금년 5월 5월 기사에 따르면 윅스는 기업공개로 1억 2700만 달러 자금을 유치했으며, 기업가치는 7억 3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현재 윅스의 시가는 16달러입니다.
윅스는 어떻게 전 세계의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을까?
윅스는 전 세계적으로 190개국에 4500백만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국내 시장이 800만 인구 밖에 되지 않아 해외시장에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일찍이 이스라엘만의 온라인 마케팅 방식을 개발해냈습니다. 때문에 그 한 층에서만 SEO, 해외 마케팅, 이메일 마케팅 등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0명 정도의 팀 단위로 일합니다. (인터뷰 영상의 초반에 윅스 사무실 투어 영상을 넣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윅스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열었던 이벤트 중에 가장 큰 인기가 있었던 것은 2011년에 진행했던 Wix Was Here 콘테스트였습니다. 사용자들은 윅스 캐릭터 로고를 기상천외한 전 세계 곳곳에서 찍어 보냈고, 우승자는 뉴욕에 갈 수 있는 티켓 두 장을 얻었습니다. 오머는 이 행사를 통해 윅스 캐릭터가 더 유명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윅스, 어떻게 사용하나
윅스(www.wix.com)에 접속하면 이미 한글판 웹페이지가 있어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작하기’를 누르고 나면, 자신이 원하는 카테고리를 선택할 수 있고, 이후 마음에 드는 탬플릿을 선택하면 됩니다. 백엔드와 프론트엔드에 대한 지식 없이도 직관적으로 드래그 앤 드롭 방식으로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하단의 이미지는 윅스의 탬플릿을 사용하여 비석세스 페이지를 만들어 본 것입니다.
▲윅스 인터뷰 영상
창업가, 개인 사업자들을 도와주는 윅스
윅스는 사용자가 무료로 쉽고 빠르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사실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5000여 개가 자리한 창업국가라고 불리는 데 여기에 이바지한 것이 윅스라고 생각이 드는 것이, 저처럼 개발자가 아닌 사람도 쉽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후츠파정신이라 하여 모든 개개인이 창업가라고 여겨질 만큼 자기 주장이 강하고 솔직하다 못해 뻔뻔하다는 얘기도 듣는 사람들입니다. 또 아이디어가 있으면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곧장 실행에 옮기는 ‘일단 해라’(Get Things Done) 마인드를 가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창업가정신이 실물로 구현될 수 있게 해준 것은 윅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령, 친구와 대화하다가 멋진 아이디어가 떠올라 바로 집에 들어가 윅스로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웹사이트에 한 고객이 들어왔고, 고객은 이 스타트업이 제공한 서비스가 썩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입소문이 퍼져 윅스로 만들었던 웹사이트로 진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경우도 생기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제 독일인 친구 중 하나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간단히 설명하는 웹사이트를 윅스를 통해 하나 뚝딱 만들고는, ‘공동대표 찾기’ 이벤트에서 열심히 자기 사업을 피칭하면서 다니기도 합니다. 또 등산가를 위한 스타트업인 TrekkingIn의 두 명의 공동대표는 스타트업을 부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 대표는 대학교수이고, 한 대표는 잘 스타트업의 엔지니어입니다. 이렇게 스타트업 안에서 일하면서도 개개인이 또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업가일 수 있게 한 비결은, 개념 설명 및 데모로서 웹사이트를 쉽게 만들 수 있게 한 윅스의 덕택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생각해보면 이스라엘에서 잘 나가는 스타트업들은 대체로 창업가들을 도와주는 서비스인 경우가 많습니다. 윅스 IPO 5개월 뒤 IPO를 한 아웃브레인의 경우, 자신의 블로그글을 널리 알릴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개인블로거나 컨설턴트 등의 인기를 끌었고, 10억 달러 기업 반열에 올라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파이버(Fiverr)는 5달러 마켓플레이스로 청소년, 심지어 어린 아이들까지 돈 버는 창업가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가 스타트업이나 브랜드 웹사이트로서 자주 사용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타임라인 형태이기 때문에 그 브랜드를 한 눈에 이해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웹사이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워드프레스, 외주제작 업체, 개발자 등을 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윅스의 아쉬운 점으로 꼽히는 것은 외부사용자들이 글을 게시할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드는 기능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다음 카페를 기반으로 한 게시판 형식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우리나라에 진출 할 경우 이 부분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윅스가 창업가의 개념 설명 및 데모 웹사이트로, 더 나아가 골목상권과 중소규모 미즈니스를 하는 개인 사업자들에게 웹사이트 제작툴로 자리매김해 나갈 수 있을지 그 앞날이 주목됩니다.